모든 선의가 선행을 낳지 않는다‘ 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신 이선재 선생님.
과연 모든 선의는 선행을 낳지 않는가? 라는 의문점과 함께 많은 질문들을 안고 이선재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나눠보겠습니다.

기자: 처음에 해외봉사활동을 결심하신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이선재 선생님: 결심한적 없습니다. 그냥 가면 되지 결심해야 되나요?
학생들을 많이 만나면 그런 질문을 많이 들어요. 하지만 세상은 그런 것들이 필요하지 않아요, 하다보면 내가 그 자리에 있고, 관심을 갖는 거지, “그래 결심했어?“ 이런 계기가 꼭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살다보니 내가 그곳에 있더군요. (웃음)
기자: 라오스, 르완다 등 세계 여러 국가들을 다니셨는데, 정확히 얼마나 많은 국가를 다니셨나요?
이선재 선생님: 그런 것들을 굳이 세 본적 없어요. 내가 그런데 관심이 없어요.
기자: 그런 수치에 연연하지 않는 건가요?
이선재 선생님: 네, 연연하기다보다 나는 몇 개 국가를 다녔다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차라리 몇 사람을 만났느냐를 물어본다면 따져보겠지만 정확히 세 본적은 없어요. 내가 아시아를 좋아해서 아시아 국가는 거의 다 가봤어요.
기자: 오래있었던 아시아 국가는 어딘가요?
이선재 선생님: 일본에 오래 있었습니다. 지금 라오스에 오래 머물고 있구요.
기자: ‘모든 선의가 선행을 낳지 않는다‘ 라는 주제로 강연을 해주셨는데 그럼 선의가 때론 불행을 낳을 수도 있다고 생각 하시나요?
이선재 선생님: 물론 있죠. 예를 들어 우리가 안 쓰는 옷들을 모아서 아프리카에 보내지만, 정작 그 나라의 의류산업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고, 많은 옷들이 운송되는데 쓰이는 배송비. 그리고 모든 사람이 옷을 받을 수 없겠죠? 이런 점들을 생각하면 불행을 낳게 될 수도 있죠.
기자: 하지만 선의의 목적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나요?
이선재 선생님: 모든 일은 선의로 시작하죠. 요즘 후배들과 책을 쓰고 있는데. 논의를 하다가 좋은걸 찾아냈습니다. 당신의 선의를 보호하라. 여기서 선의가 중요해요. 선의가 선의로 남으려면 노력을 많이 해야 됩니다. 이게 진짜 선행으로 남는 건지. 아니면 선행이 왜곡되거나 문제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에요. 단순히 선의만 갖고 있다고 끝이 아니라는 거에요.
기자: 자원 활동은 자원봉사가 아니다. 새로운 시각의 자원 활동 ,자원봉사를 주장한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국제 자원 활동의 올바른 정체성은 어떤 것 이라고 생각하나요?
이선재 선생님: 내가 ‘수직을 수평으로‘ 이란 말을 주장합니다.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사이도 수직 관계잖아요? 우리가 자원 활동을 가는 나라가 우리들의 꿈을 쫓아오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꿈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야 됩니다. 즉, 수직을 수평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요즘은 수직을 수평으로 만드는 운동을 하고 있어요. 제가 술을 좋아해서 사람들과 술자리에서 많은 얘기를 나누고 실천 중에 있죠. (웃음)
기자: 자원 활동 가셔서는 현지인과도 술을 드시나요?
이선재 선생님: 물론이죠. 그럼 누구와 마시나요, (웃음)
기자: 거기서 소주도 마시나요?
이선재 선생님: 소주는 없죠. 그곳에서 마시는 술들은 현지 술이에요. 소주는 비싸서 못 먹어요.
기자: 각국의 술들을 많이 드셔 보셨을 텐데 얘기 좀 해 주세요
이선재 선생님: 그건 제관심사에요 .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이 동네엔 어떤 술이 있는지부터 찾아요. 그 지역의 로컬 술부터 시작해서 마시기 시작해요. 그렇게 술을 마시다보면 많이 친해질 수 있어요. 그런데 보통 현지인들은 자신의 마을의 술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좋아하죠.
동네 술들은 보통 독해요. 증류수라서. 근데 그때 잘해야 돼요. 그걸 마시고 죽는 시늉을 해야 돼요. 그래야지 내가 그 사람들 밑으로 내려가는 것이에요. 그 다음부터는 쉬워요. 가장 좋은 방법이죠. 그 사람들과 일을 할 수 있냐. 없냐는 그 순간 결정 되는 거죠.
기자: 아, 그럼 술로 그 사람들과의 수평의 관계를 맞추시는 거네요.
이선재 선생님: 그렇죠.
이선재 선생님: 나도 뭐 싫어하는 술 있습니다. 어떤 술은 시고 어떤 술은 독하고 그걸 얘기 할 수 있지만,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게 아니에요. 내가 그런 것을 잘해서 여기까지 살아남은 것 같아요. (웃음)
기자: 음주 하나에도 철학이 담겨 있는 것 같네요.
이선재 선생님: 철학까지는 아니에요. 단지 술 하나로 그 사람들과의 관계는 다 끝낼 수 있어요.
기자: 정말 좋은 점 배운 것 같습니다.
이선재 선생님: 좋은 점이 아니라 핵심이에요. 이 내용은 책에도 없어요. (웃음)
기자: 라오스는 7월에 돌아가신다고 하셨는데 언제 오시나요?
이선재선생님: 돈이 떨어지면 오겠죠?
기자: 자원 활동은 언제까지 하실 건가요?
이선재 선생님: 영원히 하지는 않겠죠. 저도 돈이 필요해지면 언젠가는 직업을 구하겠죠. 지금은 직업 없이 자원 활동을 전업 비슷하게 하고 있잖아요 . 하지만 무슨 직업이 생겨도 자원 활동은 하겠죠. 오랫동안 해왔으니까. 언제까지 기약은 없어요. 사회적으로 변화를 만드는데 참여하는 운동이니 죽어라 하겠죠. 하지만 제가 직업이 생기면 그 방식이 바뀔 수는 있겠죠.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어요.

기자: 마지막으로 이선재 선생님에게 자원 활동이란?
이선재 선생님: 자발적으로 수직을 수평으로 만드는 것.
자원 활동 이란 것은 내가 자발적으로 세상을 변화를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습니다.
수직을 수평을 바꾸는데 있어서 자원 활동만 해서는 안 되지만 자원 활동이 그런 것을 만드는 계기가 될 수는 있어요.
자원봉사가 아닌 자원 활동 이라고 부르시는 이선재 선생님.
‘봉사’라는 프레임 속에는 나는 상대방에게 무언가를 주기만 하는 것은 ‘수평적인 관계가 아니다‘ 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봉사’ 활동의 최악은 도덕적 우월감이나 자기만족을 얻는 정도라고 하셨다.
혹은 이력서에 한줄, 졸업을 위해, 흔히 말하는 ‘스펙’을 위해.
한 사람이 자신의 문제에만 신경 쓰다가 처음으로 주변을 둘러보려고 시도할 때.
그리고 시도가 이어져서 주변 세계에 대해 깊이 이해하려고 하는 것.
그런 것이 진정한 자원 활동 이라고 말씀 하셨다.
자원 활동은 단순히 남을 돕는 것이 아닌 자신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개입하는 과정이라고 말씀하셨다. 따라서 자원 활동은 자신이 속한 곳에서 스스로의 삶에 대해 더 성찰하는 것이다.
이상으로 터프하고 유쾌했던 이선재 선생님의 인터뷰를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나비기자단 1기 김찬용 eunsappodae@naver.com
출처: http://www.inavi.org/file/story_navi.php?ptype=view&code=story_navi&idx=6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