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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유기농업을 생각한다! 지난 12월에 프랑스 농촌과 독일 농촌을 경기도 젊은 농업인들과 함께 방문했다. 사실 별거 없었다. 농민이 어려운 것은 거기나 우리나 정도차이이지 매일반이었다. 그러나 하나 깊이 남는 것이 있었다. 프랑스 농민들에게 왜 농사 짓냐고 물으니 저마다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자유로운 삶을 위해 농사한단다! 부러운 정신구조이다. 돈 벌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있지는않았다. 프랑스혁명에서농민들의지지가바탕이되었기에가능했다는이야기를들었다.‘ 자유, 평등, 형제애’로 대표되는 프랑스 혁명의 정신이 이들의 삶에 녹아든 듯싶었다. 프랑스 농민의 자부심, 자기 긍정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프랑스 농촌을 돌아보면서 깊이 남는 질문이었다. 이런 질문이 일던 때에 누가 쿠바의 생태농업을 보러가자고 부추겼다. 요새 유기농업하면 쿠바는 상식이다. 고비용 여행경비가 마음에 쓰였지만, 이왕 해외 농업에서 뭐 한국 농업에 단초가 될 만한 것이 없나 기웃거린 바에는 내친김에 쿠바농업도 보자고 마음을 먹었다.
프랑스가 늙은 혁명국이라면, 쿠바는 아직도 혁명 1세대가 건제하고 있는 팔팔한 혁명국이었기에 그 곳에 가면 뭔가가 있을 듯싶었다. 자본에 종속되지 않으면서 폭력이 없는 생명과 평화의 어젠다가 농민의 자리에서 농업을 통해 농촌이라는 공간에서 가능한가가 쿠바를 여행하기 전에 갖고 있던 물음들이었다.
쿠바의 유기농업은 그 어떤 생태적 깨달음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소련이 붕괴하고 그에 따른 미국의 강화된 경제봉쇄정책으로 석유, 비료, 농약, 기타 원자재, 식량수입이 끊긴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카스트로 정부와 쿠바 국민들의 의지의 결과물일 뿐이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 최초의 도시농장 잉드레를 방문했다. 1990년대 초기에는 0.2㏊(600평) 정도 되는 쓰레기터였다. 이곳에 토양유실을 막기 위해 시멘트 블럭으로 칸테로라는 이랑을 만들어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이다. 아바나의 도시농업은 돌이든 슬레이트 조각이든 다양한 칸테로 형태로 농사하는 곳이 많았다. 잉드레에서는 포장, 판매, 모종관리, 시비와 방제, 관리, 조합장 등 총 10명의 조합원이 48개의 칸테로를 운영한다. 손 농기구와 손수레가 전부로 기계는 찾아볼 수 없다. 작물관리는 3명이 하고 있다. 하나의 칸테로에서 매달 채소를 뽑아낸다고 한다. 열대지역이라 겨울에도 농사가 가능해 1년에 12번이 가능하단다. 무 같은 작물은 직파를 할 경우 두 달정도가 걸리지만, 대부분은 모종 하우스에서 길러 30일 가량이 단축된단다. 채소 사이사이에 해충들이 기피하는 파나 메리골드, 바슬리굿 등을 심어 해충의 피해를 줄이고 있었다. 바이오 농약을 사용하고 비료는 지렁이 분변토로 대용하는데 1㎡에 2kg 내외가 적당하단다. 채소금이 좋은 지난 1월 총 판매 총액이 46,000페소(약 230만 원)였단다. 1년이면 600평에서 2천만 원 내외의 판매 수입이 나온다는 말이다. 판매금액의 15%는 세금, 5%는 재투자 비용, 나머지 대부분은 인건비로 쓴다. 대부분 농장 입구 직판대를 통해 시민들에게 팔린다. 이 농부들의 월급은 1,500(약 7만5천 원)페소에서 2,000페소(약 10만 원) 사이로 농업부장관보다 많다고 자랑스러워한다. 300평에 연 1천만 원 내외의 수익이 난다고 했다. 300평의 1년 수익이 200만 원만 나와도 대단한 우리나라에 비춰볼 때 놀라운 일이다. 600평은 한국농부에게는 혼자 내지 부부가 거뜬히 하고도 남는 면적이다. 부지런한 한국농부들은 1,200평도 가능하다. 물론 겨울이 있지만…….(계절 차이만이 아니다. 쿠바 국토는 남한만하고 인구는 우리의 1/4수준, 그리고 평지가 70%인 것을 보면 사용 가능한 경작지가 우리의 10배 이상 되는 것이다. 우리와 쿠바농업을 단순 비교할 것만은 아니다.) 만약 한국에서 이만한 판매수익이 난다면 모두가 농사할 것이다. 농산물 가치가 끊임없이 평가절하 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와 먹을거리의 가치가 우선시 되는 사회주의 체제간의 깊고 먼 차이를 느낀다. 우리네 한 가족도 먹고 살기 어려운 면적에서 10가정이 행복하게 먹고 산단 말이다. 이들보다 몇배의 면적과 온갖 기계와 비료, 농약을 투입해서 죽어라 일해도 늘 빚에 허덕이며 미래를 불안해하며 살아가는 우리네 자화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한국 농업이 쿠바로 갈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두 사회 간의 기가 막힌 차이를 면밀히 검토해 보면 우리의 농업과 농촌, 농민이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을까 싶다. 생산방식 뿐 아니라 마을공동체 중심의 그 어떤 지역체제와 지산지소(地産地消)의 유통방식, 그리고 삶의 양식 전반에 걸쳐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쿠바는 가는 곳 마다 밴드가 있었다. 노래와 춤이 있고 낭만이 가득했다. 한국 농촌에 노래와 춤, 삶의 여유가 다시 도래하는 풍유의 공간으로 끝없이 상상해 본다.
아바나에서 규모가 가장 크다는 알라마르 농장도 방문했다. 농장규모는 11㏊에 조합원이 160명이란다. 잉드레도 마찬가지지만 1주일에 40시간 노동에 주말은 돌아가면서 쉰다고 한다. 1년 휴가가 한 달이고, 보름마다 1일 휴가를 얻는다. 아침 점심 식사 제공은 물론이다. 조합원 지원자 10명 중에 2명 정도는 적응을 못하고 나간다고 하지만 조합원 중 고학력 자도 많고, 쿠바사회에서 농업의 인기는 대단했다. 알라마르 조합장 로베르트 살시네스씨는 베네수엘라에 가서 도시농업을 가르칠 정도로 이들의 농업은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알라마르는 지렁이 분변토를 다량 생산해서 자급할 뿐만 아니라 상당량을 판매하여 부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지렁이 분변토는 시멘트 블럭으로 만든 칸테로에서 만든다. 칸테로에 지렁이를 깔아 놓고 그 위에 소똥을 10cm정도 덮는데, 이 때 수분은 80%를 유지한다. 이렇게 10일이 지나면 지렁이들이 다 먹고 배설하게 된다. 10일 후 그 위에 또 한 케의 소똥을 쌓아 놓기를 3번 정도 한다. 마지막에는 소똥을 깔기 전에 지렁이가 통과할 만큼 작은 구멍이 뚫린 망사천을 깔고 소똥을 얇게 깐다. 그러면 망을 뚫고 지렁이들이 올라오면 걷어서 새롭게 분변토를 만드는 칸테로로 지렁이를 손쉽게 옮길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보는 굵고 긴 지렁이가 아니다. 직경 3mm, 길이 6cm 내외의 작은 지렁이들이다. 도망가지도 않고 배설물 생산 효율이 좋은 지렁이를 천여 종 가운데에서 선발한 것이란다. 칸테로 1m²에서 연 1톤의 분변토가 나온단다. 일반 거름보다 지렁이 소똥 분변토는 10배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분변토를 건조해서 사용한다. 분변토를 만드는 과정에서 나오는 액체는 액상비료로 사용한다. 쿠바는 대부분이 유기 축산이어서 양질의 소똥을 구하기 쉬운데, 운반하는 것이 어렵단다. 아직도 에너지 확보와 운송수단 확충은 쿠바의 과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렁이 분변토를 만들려 해도 질 좋은 유기 축산 분뇨를 구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쿠바는 인분에 대해서는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었다. 인분에 대해 장님인 서구문명의 한계가 쿠바 유기농업 현장에서도 여실히 본다. 사실 인분이든 축분이든 농업에 선용한 것은 우리가 대선배이다! ACTAF와 컨설팅샵 농민과 정부, 농민과 농업지도사간의 질적 융합 네트워크는 부럽기 짝이 없다. 그 배경에는 정부의 의지와 공무원의 겸손함이 있다. 우리나라 농업기술센터 격인 ACTAF(농림기술협회)의 운영자금은 국가 보조가 아닌 농민들의 회비와 자체 후원으로 유지되고 있다. 농민이 주체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도시농업을 위해 농자재, 거름, 종자 등을 공급하는 컨설팅샵(CTA)도 독립채산제로 운영된다. 쿠바는 사회주의 체제여서 우리가 생각하는 상점이 있을 수가 없다. 컨설팅샵은 나라에서 도시농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세운 상점이다. 공무원의 느슨함, 나태함도 없었고 농민들 위에서 군림하려 들지도 않았다. 농민이 주체가 되고 농민을 위한 농정 내지 농업지도의 모습은 쿠바 뿐 아니라 프랑스의 농업회의소를 찾아갔을 때도 느꼈던 바였다. 프랑스의 농정은 농민들의 발의로 이뤄지는 것이 많아서 실패할 확률이 아주 낮다는 얘길 들었다.
쿠바 농업에서 배울점은 국가적인 의지와 국민의 자발적인 실천, 그리고 과학적인 연구와 개발이 있다면 친환경 농업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자연을 파괴하면서라도 개발을 강조하는 우리시대 흐름을 얼마든지 역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도시농업을 이룬 쿠바에서 또한 깨닫는 것은 도시와 농촌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사고는 구시대 유물이라는 것이다. 농민이란 농촌의 생명성으로 도시의 일탈을 품고 융합하는 새로운 생태공동체(biocity)를 이뤄가는 시대의 선각자요 도시설계자가 아닌가 싶다. 세계 곡류가격이 연일 오르고 있다. 설탕과 담배 위주의 산업화 된 단작 농업으로 큰 곤경에 처했던 쿠바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농사의 기본은 주곡생산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쿠바는 국영 대농장체제에서 중소형 조합단위 또는 개인농을 권장하는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 한국의 농정이 규모화를 통한 농업의 산업화를 맹목적으로 추진하지 않길 바랄뿐이다. 농업에 대해 좀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있다는 사람들이 좀 더 겸손해지길 소망해 본다. 농민, 농촌, 농업의 입장에 좀 더 육화(incarnation)되길 바란다. 농사짓는 한 사람으로서 정신적으로 가장 절망적일 때는 농업 전문가들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농민의 얘길 들으려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기들의 논리대로 이끌려하고 자기들의 생각을 강요하려들 때임을 이 자리를 빌려 간곡히 나눈다.
외부 여건으로 인해 석유화학문명에 제동이 걸렸지만, 이유야 어떠하든 석유문명을 바탕으로 하는 무한경쟁, 무한개발의 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석유 1배럴에 100달러가 넘고 있다. 석유문명에 과도하게 의존된 농법의 선회도 불가피하다. 쿠바 서부 비냘레스라는 마을을 갔을 때 어떤마을은 전체가 태양전지로 전기를 생산하여 쓰고 있었다. 수입구조도 마찬가지이다. 일예로 축사나 농가창고 지붕에 솔라셀을 설치한 전력생산이 농가의 중요한 부수입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한국 신문에 도배되어 있는 운하 관련 개발소식은 그나마 쿠바의 생태적 아이디어로 풍성히 정리된 마음을 무척이나 혼란스럽게 했다. 새 정부에서 농업의 산업화를 강력히 진행한단다.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쿠바 여행은 더 많은 질문만 던진 격인지 모른다. ※ 이상배 : 건국대 농업교육과 졸업. 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에서 포도를 재배하며 경북 봉화에서 곡류 중심으로 자연예술농업을 다각적으로 실험하고 있다. http://www.dsa.or.kr/now.html?Table=ins_bbs8&mode=view&uid=244&page=1§ion= |
안녕하세요. 유기농업과 도시대안농업에 관심이 많은
답글삭제현재 대학 재학중인 이윤서라고 합니다!
제가 돌아오는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소규모로 쿠바를
다녀오려고 합니다.
저희 모토는 도시농업 현장을 직접 다녀오고, 쿠바를 느끼고 오는 것인데요!
위의 글을 읽으니, 어디를 가야 할지도
조금 더 구체화되고 좋은 정보를 얻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조금 더 정보를 얻고 싶고, 이상배님과 소통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메일이나, 모바일연락으로 정보공유 가능하실까요~?
010 2456 1170 (휴대폰번호)
93yunseo@naver.com (이메일주소)
연락 부탁드려볼게요~ ^^
안녕하세요 저는 유기농업과 농업에 관심이 많은 한국농수산대학 재학중인 박윤수라고 합니다.
답글삭제제가 요번에 여행차 쿠바를 좀 다녀오려고 하거든요 그런데 위에 농장 주소좀 알수있나해서요 그밖에도 이상배님이 좋은농업쪽 글이나 정보를 많이 공유하고 싶어서 이렇게 글을 남기네요 바쁘시겠지만
확인하시면
01050464624 휴대폰이나
이메일 utk13@naver.com
연락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