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9월 30일 월요일

『결혼, 각자의 인생을 격려해 주는 것』

『결혼, 각자의 인생을 격려해 주는 것』



                                                                                                                                      

                                                                                                                                  


한 아름다운 신부가 포근한 바람에 면사포를 날리며 둥근 달을 바라보며 서 있습니다. 찬란한 달빛을 가득 머금은 파도 같은 사랑이 그녀에게 밀려오고 있습니다. 그녀 앞에 밝고 찬란한 앞날이 열리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연극의 첫 막을 알리는 진홍색 휘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영원히 그녀의 가슴 깊이 피어 있을 달빛을 닮은 하얀 꽃도 그녀 곁에 화사하게 꽂혀 있습니다.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던 메마른 들판 같던 그녀의 마음을 시원한 사랑의 물이 밀려와 적시고, 이 사랑으로 그녀는 가득 차 있습니다. 조용히 담담히 서서 자기 앞에 다가온
사랑을 온 몸, 온 마음으로 맞이하는 신부, 나는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있는 이 영원한 신부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가끔 사람들이 왜 신부가 혼자 서 있느냐는 질문을 하곤 합니다. 그러면 저는 이건 아직 딴딴한 결혼 시작 전이라고 둘러댑니다. 하지만 사랑은 확실한 대상이 있더라도 결국은 혼자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이며 그래서 자기 자신을 그 대상에게 끝없이 부어주고 그 위해 더 입히고 또 주고 싶은 것입니다.

얼마 전, 그림을 좋아하는 저의 아내가 어느 화가의 그림책을 읽다가 나중에 딸의 결혼 선물로 주고 싶은 그림과 글이라고 제게 읽어주었습니다. 아내는 읽으면서 우리의 결혼생활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올해로 저의 아내와 결혼한지 18년이 되었습니다. 여느 부부보다 길게 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짧은 결혼 기간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과 인생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포부만 가득했던 서른에 저는 공부 중에 취직을 하게 되었고, 결혼을 했습니다. 저는 제 아내를 강남의 어느 호텔 커피숍에서 맞선을 봤습니다. 특별히 제 배우자에 대해 뚜렷한 이상형이 없었는데, 야무지고 똑똑한 이미지의 제 아내가 저는 한 눈에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때 제 아내는 외국 생활 후에 광고대행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자신의 일과 자아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저는 그런 아내가 싫지 않았습니다. 결혼을 전제로 한 맞선이었기 때문에 편안하게 몇 개월의 교제를 거쳐 저희는 결혼을 하였습니다. 뚜렷한 결혼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지극히 고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저의 인생에 제 아내가 들어오며 막연하지만 제 아내의 인생을 책임져 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의 생각과는 달리 저의 아내는 결혼 후에도 자신의 모습을 지키고 싶어했고, 두 사람 만의 결혼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결혼 생활을 통해 제가 터득한 것은 제가 누구의 인생을 책임져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무엇인가를 상대방에게 많이 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을 잘 살 수 있도록 격려하고, 같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선물, 화가 김원숙의 이야기 하는 붓』, 박원숙, 아트북스

-장준환 미래전략실장

『아름답지 않은 인생은 없다』

『아름답지 않은 인생은 없다』



       




명예, 경제적 안정, 가족들에게 자랑이 되는 사람 등등 저 또한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을 오랫동안 원하고 있으며, 지금도 원하고 있습니다.
TV 프로그램을 보면서도 모든 사람들이 성공했다고 인정해 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글로벌 성공시대와 같은 프로그램을 흥미롭게 봐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저는 모든 사람들이인정해 주는 성공적인 삶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잔잔한 감동과 많은 깨달음을 얻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중에는 한국인의 밥상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드라마처럼 꼭 챙겨 보지 않아도 되는 내용이라, 언제 하는지 모르다가도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 보던 것이 이제는 가끔씩 IPTV로 챙겨볼 정도로 좋아하는 프로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면서 소개하는 우리 음식 소개가 적지 않은 눈요기 거리가 되었고, 아직 가보지 못한 우리나라 곳곳의 풍광이 좋았습니다. 정말 맛있겠다’, ‘나도 모르는 우리 음식이 그렇게나 많았어’, ‘최불암씨(프로그램 진행자)는 전국에 좋은 것은 다 맛을 보니 참 부럽다하면서 봤던 거지요.
      
        그렇게 한참을 보니, 이제는 음식, 풍경 말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간의 항해 끝에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날, 쉽게 얻는 만선의 기쁨이 있었던 날들을 평균 내어 평정심으로 굳건히 살아가는 뱃사람의 모습, 그들은 엄살을 떨지도 않았고, 쉽게 자랑도 하지 않더군요.

아무리 힘들게 잡았어도 어린 치어는 다시 자연으로 돌려 주는 자연에 대한 배려와 진정한 투자, 해녀가 많은 어느 지역에서는 딸 셋을 가진 집이 그 동네에서 제일 부자라는 새로운 부자의 기준, 지적 장애가 있는 자식과 삶의 터전을 지키면서, 그런 자식이 곁에 있어주니 너무 좋고그 자식을 위해 하루라도 더 살기 위해 치열하게 삶을 살아가는 노모의 모습을 보며, 저는 자식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욕심 내고 있지는 않은지 반성해 봅니다.
매회 저에게 작은 깨달음을 주는 삶의 모습이었습니다.

저희 아파트 주변에서 구두 수선점을 운영하시는 아저씨가 한 분 계시는데, 저는 그분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 아저씨는 매일 일정한 시간에 출근을 해서, 같은 시간에 퇴근을 합니다. 
적한 주택가 구두 수선점이니 일찍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 없고, 실제 이른 오전에 고칠 신발이 많지 않을 것 같으면 좀 늦게 나올 수 있을 텐데 그 아저씨는 매일 도시락과 커피를 담아 같은 시간을 출근을 합니다.
단순한 근면함일 수 있지만, 자기의 존재를 아는 주변 사람과의 약속을 지키는 태도에서 저는 신의를 배웁니다.
그 아저씨가 신발만 수리하다가, 최근에는 도장을 파는 기술을 배워서 사업확장을 했다며 좋아하십니다.  요즘 누가 도장을 판다고, 동네 도장 파는 일이 얼마나 된다고하면 지나칠 수 있지만, 자신의 영역에서 나태하지 않는 자기계발의 노력을 배웁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정성스럽게 신발을 수선하고, 닦아주시는 것이 고마워 요구하는 수선비에 몇 천원을 보태어 드렸더니 오히려 좋아하시지 않고, 정해진 요금만 받으셨습니다.

       절대 사절하는 그 아저씨의 모습에서 당당한 자존심을 배웁니다. 저는 항상 구두 수선을 맡긴 후에 나중에 찾지 않고, 구두를 수선하는 그 아저씨 앞에 앉아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럴 때면 유명 베스트셀러 못지 않은 행복학 강의를 듣는 것 같습니다.
그 아저씨가 자신의 삶에 진심으로 얼마나 감사한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전달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퇴직 없이 일할 수 있어 좋다는 노동에 대한 숭고함, 남들이 보기에 완벽하지 않는 몸을 통해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한 노동을 할 수 있는 것에 보람비록 남들이 보기에 많지 않는 돈이지만, 자신의 가족과 노후를 위해 쓸 수 있다는 자긍심 등등 
지난 토요일에도 저는 아내에게 괜히 수선 맡길 신발이 없냐고 선심 쓰듯이 몇 켤레의 신발을 챙겨 그 아저씨를 찾아갔는데, 그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행복은 도달하는 목표가 아니라, 주변에서 찾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장준환 미래전략실장

스스로 만들어가는 진정한 동기 부여

<스스로 만들어가는 진정한 동기 부여>


 지난 초여름 가끔 즐겨보는 글로벌 성공시대라는 프로그램에서 줄리어드 강효 교수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이전에 미국으로 입양된 엄마를 가진 리처드 용재 오닐의 한국 정체성을 위해 용재라는 이름을 선물했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었고, 누가 보아도 온화함과 선함이 얼굴의 표정에서 느낄 수 있는 분이라는 호감을 가지고 저는 방송을 보게 되었습니다,

 강효 교수는 최초로 줄리어드 음악원의 최연소 교수가 되었으며, 지난 30여년 간 키워낸 제자들은 천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가 제자들의 세계무대 경험을 위해 창단한 실내악 연주단 ‘세종 솔로이스츠’는 CNN, 뉴욕타임즈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의 극찬을 받으며 현재까지 100개 도시에서 400회 이상의 공연을 해 오고 있습니다. 연주하는 제자들을 바라보는 미소에서 제자를 위한 사랑과 자신의 일에 대한 만족감을 전달해 주는 스승의 모습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강효 교수는 어린 시절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하였으며 1964년 내한 공연을 온 바이올리니스트 벌노프스키의 눈에 띄어 미국 유학길에 올랐지만, 외로움과 완벽주의 성격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합니다, 그런 강효의 마음을 연 사람은 스승인 줄리어드 음악원의 도로시 딜레이 교수.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 그를 집으로 불러 그림을 그리며 맞춤형 레슨을 한 도로시 딜레이 교수는 훗날 강효가 제자들을 가르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 사람입니다. 1985년에 동양인 최초로 줄리어드 음악원의 최연소 정교수로 임용되어 현재 줄리어드 음악원과 예일대 음대 두곳에서 교수로 활동하고 있는 강효 교수, 그는 자신이 스승에게 받았던 가르침과 사랑을 나누며 세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들을 키워내고 있습니다
저에게도 이름은 익숙했던 ‘세종 솔로이스츠’는 강 교수가 제자들에게 세계무대를 경험시켜주고, 실력 있는 연주자들 간의 앙상블 기회를 만들어 주기 위해 1995년 창단한 실내악 앙상블이라는 것도 저는 이 방송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음악 전문 분야에 대한 지식이 많지 않아, 연주자로서 혹은 천재 음악가를 키워낸 스승으로서의 성과에 대해 놀라워하기 보다는 강효 교수가 자신의 일에 스스로 부여하는 의미와 동기부여가 무엇보다 감동스러웠습니다.

저는 사는 동안 지식, 깨달음, 건강, 인간관계 등과 같은 어떤 면에서 그리 크지 않더라도 아주 미묘한 발전이 있으면, 그게 큰 기쁨을 주고, 내일을 위한 희망과 에너지를 준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하는 일을 즐겨 하면서 동시에 타인의 인생에도 기여할 수 있는 그런 삶이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고, 그렇게 살 수 있는 삶이 무엇보다 성공적인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선량함(goodness) 그 아름다움을 들쳐 내는 것 같습니다. 저는 제 인생에 그런 음악과 함께 하는 것이 무엇보다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통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제가 활동할 수 있을 때까지 학생들을 가르칠 것입니다.  - 강효 교수 

 누군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왜 하고 있냐고 우리에게 물어본다면 무엇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요?
 아마도 그 동안의 업계에서 쌓아온 경력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사기업보다는 보다 공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 가장으로서 경제적 책임감을 수행해야 하고, 어쩌면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금이 현실적으로 직장을 다니게 하는 이유가 될 수 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느 인터넷 기사를 보니 매달 날라오는 카드 통지서가 힘들어도 회사를 다니게 하는 진정한 이유라는 것을 보고 잠깐 웃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강효 교수가 하고 있는 일에 비해 대단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혹은 뛰어난 인재를 가르치는 일보다 보람 있는 일이 아닐 수 있어 그 분과 같은 동기부여가 어렵다고 할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진정한 동기부여는 주변에서 얼마나 그 일을 제대로 인정해 주기보다는 본인 스스로가 끊임없이 자신의 일에 대한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가는 태도와 그것을 본인의 것으로 내면화하려는 노력이 주는 것을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해 어제보다 나 스스로 혹은 내가 속한 조직이 조금이라도 발전할 수 있게끔 있는지, 소속원으로 속한 우리 사회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있는지, 나의 가족에게 자부심을 줄 수 있는 모습이 될 수 있는지, 나의 한 마디가 누구의 가슴에 남아 그 사람의 인생을 발전시키는데 먼지만큼이라도 기여하고 있는지 말이다. 당장 빈 종이 위에 지금하고 있는 일을 하게끔 하는 여러분의 동기부여가 몇 가지나 되는지 한번 적어 보시기 바랍니다.


혹시, 3~4가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좀 더 고개를 들어 곰곰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하고 있는 일들이 미묘하게라도 무엇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장준환 농정원미래전략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