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각자의
인생을 격려해 주는 것』

한 아름다운 신부가 포근한 바람에 면사포를 날리며 둥근 달을
바라보며 서 있습니다. 찬란한 달빛을 가득 머금은 파도
같은 사랑이 그녀에게 밀려오고 있습니다. 그녀 앞에 밝고
찬란한 앞날이 열리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연극의 첫 막을
알리는 진홍색 휘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영원히 그녀의 가슴
깊이 피어 있을 달빛을 닮은 하얀 꽃도 그녀 곁에 화사하게 꽂혀 있습니다. 여러 갈래로 갈라져 있던 메마른 들판 같던 그녀의 마음을 시원한 사랑의 물이 밀려와
적시고, 이 사랑으로 그녀는 가득 차 있습니다. 조용히 담담히 서서 자기 앞에 다가온
사랑을 온 몸, 온 마음으로 맞이하는 신부, 나는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있는 이 영원한 신부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가끔 사람들이 왜 신부가 혼자 서 있느냐는 질문을 하곤 합니다. 그러면 저는 이건 아직 딴딴한 결혼 시작 전이라고 둘러댑니다. 하지만 사랑은 확실한 대상이 있더라도 결국은 혼자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이며 그래서 자기 자신을 그 대상에게 끝없이 부어주고 그 위해 더 입히고 또 주고 싶은 것입니다.
사랑을 온 몸, 온 마음으로 맞이하는 신부, 나는 우리 모두의 마음 속에 있는 이 영원한 신부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런데, 가끔 사람들이 왜 신부가 혼자 서 있느냐는 질문을 하곤 합니다. 그러면 저는 이건 아직 딴딴한 결혼 시작 전이라고 둘러댑니다. 하지만 사랑은 확실한 대상이 있더라도 결국은 혼자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자기 존재에 대한 확인이며 그래서 자기 자신을 그 대상에게 끝없이 부어주고 그 위해 더 입히고 또 주고 싶은 것입니다.
얼마 전,
그림을 좋아하는 저의 아내가 어느 화가의 그림책을 읽다가 나중에 딸의 결혼 선물로 주고 싶은 그림과 글이라고 제게
읽어주었습니다. 아내는 읽으면서 우리의 결혼생활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올해로 저의 아내와 결혼한지 18년이 되었습니다. 여느 부부보다 길게 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짧은 결혼 기간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과 인생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포부만 가득했던 서른에 저는 공부
중에 취직을 하게 되었고, 결혼을 했습니다.
저는 제
아내를 강남의 어느 호텔 커피숍에서 맞선을 봤습니다.
특별히 제 배우자에 대해 뚜렷한 이상형이 없었는데,
야무지고 똑똑한 이미지의 제 아내가 저는 한 눈에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때 제 아내는 외국 생활 후에
광고대행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자신의 일과 자아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저는 그런
아내가 싫지 않았습니다. 결혼을 전제로 한 맞선이었기
때문에 편안하게 몇 개월의 교제를 거쳐 저희는 결혼을 하였습니다.
뚜렷한 결혼관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둘이
만나 하나가 되는 지극히 고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며,
저의 인생에 제 아내가 들어오며 막연하지만 제 아내의 인생을 책임져 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의 생각과는 달리 저의 아내는 결혼 후에도 자신의 모습을 지키고 싶어했고, 두 사람 만의 결혼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결혼 생활을 통해 제가 터득한 것은 제가 누구의 인생을 책임져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무엇인가를 상대방에게 많이 해 줘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을 잘 살 수 있도록 격려하고,
같이 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선물, 화가 김원숙의 이야기 하는 붓』, 박원숙,
아트북스
-장준환 미래전략실장